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
조경호 장로(워싱턴성광교회)
대연중앙교회 성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주님의 은혜가 늘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미국 버지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김경숙 은퇴권사의 아들 조경호입니다. 올해로 만 95세 되시는 어머니께서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접하고, 저는 급하게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간에 병상에 계신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면서 어머니와 나눴던 대화를 성도님들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적어 봅니다.
첫째 날 ▸ 중환자실에서 어머니를 뵈었는데 나의 손을 힘없이 잡으며 한참 소리 나게 우셨습니다.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기력이 없으셨지만, 어머니 손을 잡고 기도드릴 때 너무나 평안한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고, 그래서 그분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음을 고백합니다.
둘째 날 ▸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잘 듣지 못하시고 대답하기 힘들어하십니다. “어머니, 죽으면 어디 가요?”“하나님 나라”, “하나님 나라에 누가 계세요?”“예수님”, “아멘”
넷째 날 ▸ 지리산에 사는 55년 된 절친이 병문안을 왔습니다. 어머니는 기억하시고 (중환자 같지 않게) 환한 웃음으로 “교회 다니지요, 예수 꼭 믿어야 해” 몇 번을 간곡히 얘기하십니다. 수십 년 동안 친구들을 볼 때마다 하는 당부의 인사입니다. 어머니는 늘 입버릇처럼 “하나님께서 왜 날 안 데려가시는지 모르겠다.” 말씀하셨는데 아직 살아계신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생명은 하나님께 달려있고 하나님께서 자녀들을 사용하십니다.
일곱째 날 ▸ 아직도 중환자실에 계시는데 오늘은 식사를 잘하시고, 일어서시려고 재활치료를 하십니다. 의사도 제 누이동생도 말하기를 “미국 가고 후에 다시 한국 와야 할 것 같다.” 얘기합니다.
여덟째 날 ▸ 북한의 고향 얘기를 하셨습니다. 고향 정주의 진홍빛 진달래가 생각난다면서 소학교 시절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좋아했었는데, 이 시를 기억하며 읊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반은 어머니가 읊으시고 나머지는 아들이 먼저 낭독하고 어머니가 따라 읊으셨습니다. 이 시를 좋아할 때 아마 어머니는 열두 세 살이셨을 겁니다.
보름째 날 ▸ 아침에 의사와 면담했는데 어머니 폐에 물이 찼고 심장도 부었고 설사까지 하는 상태라 심해지면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야 한다네요. 어머니랑 지난 얘기들을 나누었는데, 남편을 40대 중반에 보내고 고생담을 얘기하는데도 어머니 표정이 밝았던 것은 아마 못난 아들하고 얘기하는 것 자체를 행복해하시는 것 같았답니다. ‘아휴 왜 이래, 빨리 안 죽는지’ 하시면, ‘빨리 천국 가시고 싶죠’ 미소로 맞장구칩니다.
어머니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이지만 차분하고 냉철한 지혜를 갖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길 원합니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천국 가시는데, ‘얼마나 좋은지’를 고백했던 바울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 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 (딤후 4: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