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집회③ 흐리지 않고 쇠하지 않고 (신명기 34:1-7)
유진소 목사(호산나교회 담임)
모세는 120세가 되어 느보산 비스가 산상에 올랐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가 40년 동안 그토록 바라던 가나안 땅을 눈앞에 펼쳐 보이셨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하나님은 그에게 "너는 그리로 건너가지 못하리라"(신 34:4)고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이것은 매우 큰 절망의 순간입니다. 평생의 꿈이 눈앞에서 멈추었고, 자신의 생애가 끝나가고 있음을 통보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모세는 어린 시절부터 거절감과 버림받음의 상처를 깊이 경험한 사람이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나일강에 버려졌고, 애굽 궁정에서도 완전한 소속감을 누리지 못했으며, 동족에게도 거절당해 광야로 도망쳐야 했습니다. 더욱이 모세가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도 므리바 사건에서 드러난 상처의 폭발과 관련이 있습니다. 백성들의 반복된 원망 앞에서 분노를 표출하며 하나님보다 자신의 감정을 앞세웠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으로부터 "너는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씀을 들은 모세는 절망과 좌절 속에 무너져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성경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모세가 죽을 때 나이 백이십 세였으나 그의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신 34:7). 이 말씀은 단순히 건강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세의 영혼과 삶이 마지막까지 무너지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상하지 않았고, 절망에 잠식되지 않았으며, 끝까지 생명력과 충만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 답은 하나님께서 처음 모세를 부르셨던 출애굽기 3장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 나타나셨는데, 그 떨기나무는 불에 타고 있으면서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으나 그 떨기나무가 사라지지 아니하는지라"(출 3:2). 이 모습은 모세의 인생을 상징합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인생의 불꽃 같은 시련과 상처를 겪어도 완전히 타버리지 않습니다. 고난은 있지만 소멸되지 않고, 상처는 있지만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모세가 마지막까지 흐리지 않고 쇠하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끝까지 붙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성공과 실패로 해석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부르셨기에 시작했고, 하나님이 멈추라 하셨기에 멈춘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한 것도 실패가 아니었고, 버림받음도 아니었습니다. 성경은 부르심의 본질을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사 43:1). 부르심은 단순한 사명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입니다. 상황이 바뀌고, 자리가 바뀌고, 때로는 내려놓아야 할 순간이 와도 부르신 하나님과의 관계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참된 신앙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부르심이 상처를 이기고, 부르심이 상한 마음을 회복시키며, 부르심이 마지막까지 사람을 아름답게 지켜 주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마지막까지 눈이 흐리지 않고 기력이 쇠하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끝까지 붙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르심은 우리의 상처를 이기게 합니다. 부르심은 우리를 회복시킵니다. 부르심은 회복된 우리를 끝까지 아름답게 지켜 줍니다. 그러므로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붙드십시오. 그 부르심 안에 있을 때 우리의 삶도 모세처럼 마지막까지 흐리지 않고, 쇠하지 않는 아름다운 인생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