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면 늘 송구한 마음이 듭니다.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리고 부부의 날이 포함되어 있어서 흔히 ‘가정의 달’이라고 부릅니다. 그 의미를 긍정적으로 살려 5월을 보내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깊이 깨닫고 행복한 가정이 되도록 노력한다면 참 좋은 일입니다. 워낙 요즘은 가정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는 시대이기에 가정의 달을 정해서라도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하는 일은 긍정적으로 볼 일입니다. 하지만 굳이 교회에서도 5월만을 가정의 달로 정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과 함께 혹여 가족사랑을 실천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분들에게 가정의 달이 더 큰 상실감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가정의 달 5월이 되면 힘겨워하는 분들에 대한 송구한 마음이 있습니다. 자녀를 원하지만 가지지 못한 부부도 많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청년들도 많고,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먼저 천국에 가신 분들도 많기에 자녀나 부모나 부부에 대한 주제로 설교하는 것이 어떤 성도들에겐 오히려 소외감이나 상실감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특정한 달에 가정에 대한 주제 설교를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겐 있습니다.
물론 저 역시 가정의 소중함과 하나님의 사랑을 닮은 부모의 사랑에 대한 메시지가 설교를 통해 잘 전달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말씀을 듣는 분 중엔 설교 주제 자체가 자신의 상황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내용이거나 적용이 힘든 주제라면 모두가 적용할 수 있는 주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자녀의 신앙교육을 ‘다음세대 신앙교육’의 관점에서 살피려 하고 부모공경의 개념도 영적인 부모와 믿음의 선배를 통한 신앙 전수의 관점에서 설교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계가 있음은 분명합니다. 바라기는 ‘가정의 달’일수록 더 외롭고 힘드신 성도들에게 하늘의 위로와 평강이 함께 하시길 축복합니다.
그리고 저는 ‘주일’과 함께 특정 명사를 붙이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어린이주일’ ‘어버이주일’ ‘스승의주일’이라고 부르는 것은 ’주일(주님의 날, Lord’s Day)의 의미를 고려할 때 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주일의 주인은 오직 예수님이시며 오직 하나님께서 영광과 경배를 받으시는 날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의미를 가진 ‘주일’ 앞에 ‘어린이’나 ‘어버이’나 ‘스승’이 주어로 선포되는 것은 좋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어린이주일’ 대신 ‘자녀사랑주일’, ‘어버이주일’ 대신 ‘부모감사주일’, ‘스승의주일’ 대신 ‘교사축복주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정의 달이라는 의미가 자칫 인간중심의 이벤트나 복음이 제외된 윤리설교를 하는 주일로 인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정의 주인은 예수님이심을 인식하며 예수님의 사랑이 가정의 여러 관계 속에 실천되도록 노력하되 특히 외롭고 힘든 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5월이 되길 소원합니다.